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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움직여도 좋은 이월소띠
이월소띠라 함은 소띠 해 양력 3월4,5일(경칩)~4월4,5일(청명)사이에 태어난 사람이다. 가운데는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들어있다.
동면에 들었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개구리는 이미 번식기가 되어 알을 낳는다. 얼었던 땅도 녹아 깊은 산속이 아닌 이상 온실에서 키워진 모종들이 밖으로 나온다. 땅속의 뿌리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싹을 올려 보낸다. 월동에 들어있던 보리나 밀도 깨어나 생육을 시작하는 이월. 파랗게 올라오는 새싹들의 모습이 두 귀 쫑긋한 토끼와 같다고 하여 토끼의 달이라고도 한다.
이월의 농촌풍경에서 소를 빼놓지 못한다. 논을 갈고 밭을 갈며 거름을 내는 소의 발걸음이 경쾌할 만큼 가벼워 보이는 소. 그 옆에는 겨울에 얻은 송아지가 어미를 따라 토끼같이 뛰는 모습도 보인다. 소를 모는 농부의 마음은 희망에 차 있다. 쟁기를 등에 지고 따라가도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아녀자들도 가볍게 뛴다. 일 년 농사를 지어줄 소 같은 일꾼들을 먹이고, 백년농사를 지어줄 자식들을 먹이려고 장을 담근다. 장이 제대로 있어야 살림이 쉽다. 부엌의 흙도 바른다. 칙칙했던 겨울의 암울을 걷어내고 힘든 일을 하고 돌아오는 식구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여 더욱 일에 매진시키려는 아녀자들의 배려일 것이다. 모두 희망에 차 있어 밝고 가벼운 모습이니, 세상과 이월소의 관계인 것이다.
실례. 김 동 진(金 東 振) 1913년 3월 22일 생
대한민국의 작곡가 김동진 선생은 계축년 갑인월에 출생한 이월소띠이다. 목사의 아들로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찬송가로 서양음악을 접했고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숭실중학교 5학년 때 이미 ‘봄이 오면’(김동환 시)을 작곡했다고 한다.
숭실전문학교 재학 중 ‘가고파’ ‘발자욱’ ‘뱃노래’를, 6․25전쟁에서는 종군작가단원으로 수십 곡의 군가를, 휴전 후 ‘조국찬가’ ‘승리의 길’ ‘목련화’ 등. 선생의 음악적 공로를 열거하기에 필자의 문장실력이 모자라기는 한다.
그러나 선생의 이름인 동녘 동(東)과 떨칠 진(振)에 대한 말은 해야 한다. 봄이 한창인 이월, 그것도 춘분을 하루지난 상태에서 소띠로 태어난 선생이다.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들에 나가야 될 소 같은 운명에 선생의 이름은 한 수를 더 얹었다.
들에 나가는 소는 밝아야 일할 수 있다. 그런데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 동쪽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다. 그곳이 아침(東)부터 난리가 났다. 소란스러운 게 아니라 질서정연의 웅장(振)함이다.
선생의 작곡은 한국의 군인들을 힘 있게 했고, 집에 남아 있는 아녀자들도 게으름피지 못하게 했다. 한국적 가락을 서양음악의 기법과 발성으로 노래 부르게 하여 신 창악(唱樂)이란 것도 만들었다. 선생이야말로 힘든 노역(奴役)이 있는 이월의 들판에다 노래를 집어넣어 남녀노소가 모두 가볍게 일하도록 하는데 일생을 바쳤고, 이럴 수 있었던 까닭은 희망찬 농부의 가벼운 발걸음과 같은 이월소띠의 기본운명에 젊은 동쪽의 힘이 부여되는 동진(東振)이라는 이름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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